자료실 : 교육자료실
등록시간: 2006-09-08    관리자   홈페이지: -   조회 : 3120   추천 : 2063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하종강교수)

노동문제에 대한 무관심

파업을 준비하고 있던 조종사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조종사로 취업하면서 ‘내가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 모여 파업하게 될 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했던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십시오. 파일롯트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사관학교에 입학하면서 하다못해 ‘노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나의 인생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라고 짐작했던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십시오.”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며칠 뒤에 구속될 것을 각오하고 파업까지 해야 하는 사람들이 수십 년 세월 동안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대학에 강연을 하러 가서 강연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그 취지를 물으면 이렇게 답하곤 한다. “대학생들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노동문제를 이해해야지요.” 참 기특한 학생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자신들도 곧 노동자가 된다는 것을 미리 짐작하는 기색은 없다. 노동자가 되거나 적어도 노동자의 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노동문제를 자신과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넓은 아량을 가지고 이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제도권 교육과 언론이 지금까지 학생들의 생각을 그렇게 조율하고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방송사에 신입사원 교육을 하러 갔다. 수백 대 일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신입사원들은 모두 명문대학교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다녔던 학교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수재들이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서 져 본 적이 없는 그 신입사원들은 표정과 자세부터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 속에서 자신들이 곧 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을 미리 짐작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수십 년 세월 동안 제도권 교육과 제도 언론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일방적으로 주입 받았을 뿐이어서, 자신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마저 상해하는 표정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우리 나라는 노동자,노동조합,노동운동 등에 대한 그릇된 혐오감을 수십 년 세월 동안 국민들에게 주입시켜온 사회다. 문제는 그 잘못된 시스템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그 사실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의 가장 많은 숫자가 노동자이고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그 어떤 제도권 교육과정에서도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역사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성장한 우수한 인재들이 대기업 노무관리자가 되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노동조합을 탄압한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신성한 권리를 탄압하는 사람들이 죄의식조차 없다. 이것은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파업과 '똘레랑스'(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 초고속 열차 ‘떼제베(TGV)’에 시민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갇힌 채, 열 몇 시간이나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 숨 막힐 듯 갇혀 있는 시민들이 거의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어떤 사람이 불평을 할라치면 더 많은 시민들이 그 사람을 타이르고 충고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권리부터 지켜져야 시민들의 권리도 지켜진다는 것을 왜 모릅니까? 우리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하면, 지금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그 권력과 자본이 언젠가는 우리의 권리까지 빼앗게 되는 것을 왜 모릅니까? 우리가 이미 역사 속에서 그런 일들을 숱하게 겪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다 공부하지 않았소? 당신은 우리 역사와 학교 교육에서 도대체 뭘 배웠소?”

그렇게 따지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택시기사 일을 했던 홍세화씨는 프랑스 사회의 그와 같은 정서를 ‘똘레랑스’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최근에 프랑스를 다녀 온 후배의 말에 따르면, 관광 안내 일을 하는 한국 사람에게 ‘똘레랑스’에 대해 물었더니 “똘레랑스, 그거 옛날 얘기입니다.”라고 답하더란다. 그 안내원이 그렇게 답한 이유가 그의 천박한 사회의식 수준으로 프랑스 사회를 바라본 탓일 수도 있겠지만, 신자유주의 광풍이 유럽이라고 비켜 갈 리는 없으니 세계화의 물결 속에 프랑스 사람들의 정서도 차츰 시장경제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정상적인 정서가 한번쯤 사회에 자리 잡았던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이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는 마치 산 것과 죽은 것만큼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다.

프랑스가 시민혁명의 종주국이고 국민들의 철학 수준이 세계에게 가장 높고 진보정당이 여러 차례 집권한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여서 프랑스 사람들만이 특별히 그런 정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거의 비슷하다.

최소한 우리나라와 같이 노동자들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노동조합 활동 - 임금인상투쟁이나 파업을 마치 사회적 범죄행위처럼 취급하는 정서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권리를 올바로 이해하는 정서가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자리 잡아 본 적 없이, 노동조합에 대한 그릇된 혐오감을 수십 년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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