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원 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존경하는 재판관님.
저는 청주시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김현기의 동생 김도형이라 합니다.
먼저 저의 형님에 대한 죄스러움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공복으로써 맡은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여야했지만, 끝내 그 길을 저버린 형님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통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해야만했던 형님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1학년, 그러니까 8살에 저희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떠나시면서 형님께 저를 당부하셨지요. 그 당시 저희 형님도 17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였습니다. 그러나 형님은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속깊이 새겼고, 결국 저를 대학까지 가르쳤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15살에 아버님마저 세상을 떠나셨고, 당시 군생활중이던 형님께서는 아버님의 임종조차 옆에서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의지할 곳 없이 작은아버지댁에서 1년 반을 지내야 했습니다. 가끔 휴가차 나왔던 형님은 저를 보러 오실때마다 작은집으로부터 저에대한 짐을 가지고 군복귀를 해야 했지요. 군제대를 하자 자신의 꿈이었던 법조인의 길을 접고, 대학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오로지 저를 가르칠려면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형님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막노동에 하루 고작 3만원정도의 품삭을 얻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형님은 저에게 한번도 힘든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런 형님을 곁에서 볼때마다 가슴 아프고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가끔은 세상을 원망했고, 옳지 않은 길을 가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놓아주지 않는 형님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형제는 옳곧게 자랐습니다. 결국 형님은 공직에 길을 두셨고,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작으나마 공직에 몸을 담고 제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형님은 어머니이자 아버지이자 형님이자 제 자신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재판관님.
무례하나 저희 형님의 선처를 바랍니다.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랬던 저희 형님이 지금은 너무도 차갑고도 험난한 길을 가시고 있습니다. 동생으로써 그 길을 바라만 볼 수는 없습니다. 형님이 왜 그 길을 가셨는지 잠을 설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결국 형님은 그래야만 했다는 결론밖에 뭐라 설명드릴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의 공직자로써, 한사람의 조직의 책임자로써, 그 길이 아니면 갈 길이 없던 것이 바로 형님의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만약 내 인생만이, 내 가족만이 소중했다면 결코 그 길을 가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면 뻔히 보이는 길이었기 때문이겠죠.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재판관님.
지금 형님에게 내려진 결정들만으로도 형님에게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든 짐들입니다. 공직은 파면되었고, 가족들은 하루하루 살아나가기가 너무나도 힘든 그런 상황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 조카는 그런 형수님의 마음도 모르고 언제나 응석을 부리며, 아빠 언제 출장 끝나냐고, 언제나 집에 돌아 오시냐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립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녀석은 그나마 맏이라고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은 말도 잘 안 합니다. 저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소중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제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재판관님.
제가 공직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때 저희 형님의 말씀을 저는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이란 신념을 가져야 한다. 단지 급여에 급급해서는 공직을 오래 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신념을 가져야지만 올바른 공직자가 된다던 그말씀. 추측컨대 형님께서는 공직생활의 모순, 부패에 대한 혐오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나 봅니다. 너무나 강직했기에 그것이 죄라면 아주 큰 죄였나 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재판관님.
마지막으로 간절히 형님의 선처를 바랍니다. 우리형제 서로 힘이되고, 이 세상 그 어떤 형제보다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형제로써 앞으로 열심히 살아 나갈 것을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관님 앞에서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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