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비 담배를 물고 깊게 들여 마십시오. 독한 연기 속에 사라졌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복종해야만 했던 세월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습관처럼, 기계처럼 모질게 살아온 그 때 허울좋은 공직자로 의무와 책임에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아니한 묻는 것 조차 불안하여 속으로 속으로 만 살아온 지난 날
훌쩍 커버린 자식놈 과 야위고 불안 해 하는 아내가 눈에 밟히고 목구멍을 뜨겁게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택해야했던 순간들 남들에겐 온갖 욕을 들어먹어도 자식놈과 아내에게만은 믿음직한 아비로 남편으로 남을 수 있음에 스스로 작아지는 모습에서도 자위한 그대들
뭐 커다란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제는 조금만 더 깨끗하고 떳떳한 오늘과 좀 더 희망찬 미래를 위해 조금만 힘을 보태면 될 것이라는 소망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한 그대들
때로 야비한 비웃음도 듣고, 세상이치 모르는 무뢰한 놈으로 또 때론 뭔 음흉한 영달을 위해 그리 열심히 하느냐 좀 적당히 하는 척하고 서로 잘 어울려 가면 될 것을 하며 혀를 차는 여유로운 그분들이 쏘아붙이는 눈치를 등뒤에서 받았던 그대들
독한 소주가 명약이 되는 세상에 살면서 어둔 길 혼자 걸어온 줄 알았지만 나 아닌 또 다른 님들도 함께 걸어가는 신작로에 선 지금 세찬 북풍이 가슴을 파고드는 지금 바람에 쓸리는 힘없는 낙엽 같은 그대들의 존재 이미지에 또 다시 머리끈 동여매고 옆 동지의 어깨에 따뜻한 손을 올려두십시오.
먼 훗날 아는 이들이 묻거든 그대들은 낙엽이 아니고 새봄을 기다리며 올곧게 선 겨울나무 였다고...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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