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파도
내가 바다이고
너는 바람인 줄 알았어.
나는 가만히 있는데
네가 자꾸 날 흔들어대는 거라 생각했지.
가만히 있는 나를 단단한 바위에 밀어붙이며
네가 나를 못살게 구는 거라 생각했어.
너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힘껏 발버둥을 치기도 했었지.
지친 마음을 잠시 저녁놀에 기대는 순간
살며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바람이 이렇게 속삭이더군.
내가 바다이듯이 너 역시 바다인 거라고.
바람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인데
너와 내가 아프게 부딪치며
쉴 새 없이 파도를 일으키는 거라고 하더군.
그러니까 너는 내 마음의 파도였던 거야.
고요함은 네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주어야 하는 거였어.
너는 내 마음의 파도였으니까.
♠아름다운 당신께 평화를 드립니다
친구가 그랬어요.
평화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상태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함을 지켜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요.
정말 그렇지요? 아무렇지도 않아서
고요히 흔들리지 않는 거랑
옆에서 마구 흔들어대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거는 분명 다르니까요.
아름다운 당신께
흔들림 없는 평화를 드립니다.
그런데 당신도 아시지요?
흔들림 없는 평화를 위해
안에서는 거침없이
흔들리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요.
마음을 부술 것 같은 흔들림을 겪으며
비로소 잔잔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진정한 평화라는 것을
아름다운 당신도 아실 겁니다.
♧강물 따라 흔들리듯이
어느 영화에서 그러더라. 강물은 흘러가는 거라고
처음 온 곳으로 다시 흘러가는 건 아니라고
그럴 순 없는 거라고
우리들의 시간도 그럴 거야.
강물을 따라 흔들리며 그렇게 흘러가는 것일 뿐
처음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우리들 인생의 종이배도 마찬가지야.
시간의 강물을 따라 흐르고 또 흘러가는 것이지.
처음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내가 가진 모든 것
앞으로 내가 가지게 될 모든 것을
내 삶의 종이배에 싣고
나는 지금 너를 향해 흐르고 있어.
아픔으로 흔들릴 때마다 생각해 주렴.
강물 따라 흔들리고 또 흔들리면서도
너를 향해 가고 있는 내 마음을
종이배 가득 담긴 널 향한 내 사랑을……
★아름다운 당신의 종이배 하나
강물이 남실대듯이
슬픔이 남실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난 고운 빛깔의 종이배가 되어
슬픔의 강물 따라 흔들리곤 해요.
꽃비가 흩날리듯이
슬픔이 흩날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연한 분홍빛의 꽃이파리 되어
바람의 손짓 따라 함께 흩날리곤 해요.
봄꽃 우수수 떨어진 자리
연초록 바람이 머물다 떠난 바로 그 자리에
잉크 빛깔의 어둠이 밀려들 때면
슬픔도 짙푸른 강물이 되어
안으로 내 안으로 스며들어요.
당신의 종이배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아름다운 당신의 종이배는 가슴 가득
무엇을 안고 흘러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눈부신 오월입니다
♣주는 기쁨
주고 싶어, 잔잔한 기쁨을
너에게 주고 싶어, 채송화 같은
내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어.
여름이 오면 피어나기 시작해서
소슬바람 부는 가을 어느 날까지
아침 햇살 듬뿍 안고 피었다가
한낮의 그림자 길어지기 전에 시들어버리는
키는 작아도 열정적인 분홍 노랑 채송화가 되고 싶어.
키가 크거나 힘이 세지는 않아도
네 곁에 머무르는 작은 기쁨으로 살고 싶거든.
기쁨은 그래, 화려하거나 힘이 세지는 않아.
기쁨은 그런 거야, 꽃밭의 가장자리에 피어나는
조그만 행복 닮은 채송화 같은 거야.
오늘도 내일도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채송화처럼 잔잔한 기쁨을
너에게 주고 싶어. 우리들 인생이
파도치는 검푸른 바다라고 해도
나는 그 파도 끝에서 피어나는
키 작은 꽃 채송화이고 싶어.
♔ 아름다운 당신이 사랑하는 이는
사람이 꿈을 주고, 사람이 사랑을 주고
사람이 미움을 주고, 사람이 원망을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얼 해도 곱고
미워하는 사람은 무얼 해도 밉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을 사랑하는 것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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