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 좋은글
등록시간: 2006-10-20    가을   홈페이지: -   조회 : 1204   추천 : 742  
대낮의 정사






대낮의 정사                          / 박 일


볏단 드러누운 들녘
저도 그만,
가을과 동침하기로 하였습니다

곱게 물든 잔디밭
갈사마귀는 정오를 물어뜯고
저는
앙큼한 마음을 벌리고 눕습니다

젤 먼저 구름이 달려와
팔배게를 합니다
바람난 구름을 두고
하늘은 서러워 높아만 갑니다

아흥,
촉촉한 구름의 속살
엉덩이는 목련꽃보다 감미롭습니다
저와 구름은 충만합니다
누가 눈치챌까 신음을 참습니다

그 때
야릇한 소리 귓볼을 스칩니다
슬쩍 곁눈질로 봅니다
바람과 느티나무가 그 짓을 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머리칼 지천에 날립니다

온통 벌겋게 달아오른
외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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