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에서 / 김종원
늘 바람 잔잔하면
고요가 주는 평화의 뿌리를
어찌 바라보랴
살랑바람 행복처럼 거리를 거닐면
샘 많은 태풍 거친 숨을 몰아쉬어
분노로 잠 못 드는 밤
삼백 년 거목들도 뿌리 채 뽑히더라
둥지 잃은 어린 새들은 젖은 날개를 늘어뜨리고
처마 밑에서 어둠을 숨쉬며 오들오들 떨면
세상처럼 약하고 어린 것을 노리는
살쾡이의 번쩍이는 눈빛 화살처럼 날아와
천 근같은 날개 퍼덕여 겨우겨우 하늘로 오를 때
어린 새는 안다
내 날개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하늘을 난다고 얼마나 잘난 체했는가를
삼백예순 닷새
어찌 날 좋은 날만 있으랴
예보에도 없는 마음의 태풍 소문도 없이 불면
거목같은 맹세도 송두리 채 뽑히더라
뿌리 뽑힌 마음이 허공을 맴돌면
먹잇감 찾는 솔개 두 눈을 반짝이며
가슴을 파고들 때
그는 안다
거목이라던 내 마음의 뿌리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좀 안다고 얼마나 교만했는가를
늘 바람 잔잔하면
행복을 시샘하는 태풍의 분노를
어찌 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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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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